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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개인적인/ Moissanite

[Moissanite] 언니, 당신 말이 옳았어요.



 



그러니까. 내가 존경하던 그 사람이 스물 세살이었을 무렵.
자기도취적이며 집요하던 스무살의 내게 말했다.

 
-아마 니가 스물 세살즈음 되면 아마도. 너희 부모님과 친구들의 부모님이 아프기 시작할꺼야.
가족의 의미가 남달라질꺼고. 니가 스물 세살쯤엔 친구 아버님의 장례식장에 처음 가보게 될꺼야.
결혼한다고 하는 친구도 생길꺼야. 지금 내가 그렇거든.

정말 그랬다. 그 사람의 말은 단 한번도 틀린적이 없었다. 우리 부모님은 지금 아프시고
친구 아버님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그리고 이제 사랑하는 내 특별한 친구는 결혼을 한다.

나는 결코 평범하다고 말할 수 없는 과거를 지냈다. 실제로 경험하기 전에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종류의 삶. 불안과 죄책감과 혼돈. 선명하고 충격적이며 경악스러운 일들을
태연하게 말 할 수 있다. 어린 나이부터 뼈가 아린 상실감과 바닥을 전전긍긍하던 삶에 대한 울분.
나는 삶에 대한 과대망상 따윈 없다. 매우 애매하고 미결정적이며
방식에 따른 댓가를 치뤄야만 하고 경험하는 동시에 사라져가는 것들.

경험해 보지 못한 나이에 대한 무의식적인 갈망을 하던 내게, 슬픈건지 기쁜건지 읽을 수 없던
오묘한 눈동자와 표정으로 말하던 그 사람 지금의 내 마음은 아마도, 지극히 평범한 '첫 경험들' 에 대한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말했을 그 사람과 같은것이리라.

몇일 따뜻했던 바람이 저물 무렵부터 갑자기 사납다. 이제 저무는건지
다시 피어나는건지 모를 봄날이 가는듯 한 이 기분은 왠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