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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개인적인/ Moissanite

[Moissanite] 버릇, 습관

 




버릇, 습관

가끔 생각한다. 만약 아이를 낳는 것만큼 한 번 아파서 담배를 끊을 수 있다면 / 살 10킬로를 빼거나 찔 수 있다면 / 평생 식욕 조절이 가능하다면 / 집중력 향상이 가능하다면, 다들 그걸 택하지 않을까? 물론 아이 낳기처럼 고통의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어야 하겠지. 아무리 아파도 죽지는 않는다는 게런티도 있어야겠고.

고통을 이기는 것보다 좋은 습관 들이는 것이 더 위대하다는 것을 느낀다. 아주 어릴 적에는 담배 못 끊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어느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설탕을 못 끊는 것, 귀찮아서 운동을 안 가는 것, 점심시간 후에 옥상에 올라가는 것, 그거나 담배 못 끊는 거나.

습관이나 버릇이란 건 대단하지 않기에 끊기가 훨씬 더 힘들다는 걸 점점 배우게 된다. 오늘 당장 운동 안 가도 된다. 일주일 안 한다고 죽지 않는다. 오늘 설탕 가득한 케이크 배터지게 먹었다고 무슨 일 생기지 않는다. 다음달에 시험이 있지만 오늘 공부 안 하고 내일 해도 된다. 안 한다고 바로 효과가 느껴지는 그런 게 아닌 이상은, 미루기는 정말 쉽다. 하루에 한 시간 공부하기, 지키는 것 어렵지 않다. 일주일 지키는 것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육개월이 지난 어느 날 난 오후 내내 심심하다고 뒹굴거리다가 깨달을 것이다. 하루에 한 시간 공부하자던 결심, 안 지켰구나. 지키는 것보다 매일매일 기억하고 반복하는 것이 어렵구나.

쿵푸영상을 다운로드 하면 바로 할 줄 알게 되듯이 무엇이든 한 번 배우고 마스터 했으면 좋겠는데, 배움이나 버릇이나 다 그렇지 않다. 다이어트 열심히 하고 그대로 유지만 하면 될 거 같으나 사실 매일같이 관리 안 해주면 그게 어느날 다시 살로 쌓여있는 몸을 만나게 된다. 독하게 다이어트 하고 나서 어느 날 하루 편하게 먹고, 그 다음주에 친구 생일이라 외식하고, 속상한 일 있어서 소주한잔에 삼겹살 구워 먹고, 그렇게 두세달 지나고 보면 어느새 독하게 뺐던 살이 돌아와 있다. 노래를 하루에 몇 시간씩 하다가 어느 날 다른 일 때문에 일주일만 연습하지 않으면 목소리 또한 굳어져있다. 운동을 매일같이 하다가 어느날은 귀찮아서 그냥 잠들고, 또 어느날은 팔목이 아프다는 핑계로 넘어가고 또 어느날은.

그렇지만 아주 포기해버리지 않는 건, 잊어버렸다 하더라도 또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것, 잊어버리고 포기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Persistence is omnipotent. 독하다는 것은 내 신체의 한계점을 넘어서려는 것이 아니라, 결심했던 것을 최대한 기억하고 반복하는 것이니까. 운동 시작한 후로 사소한 일만 있으면 빼먹고, 작심 삼일 작심 30일 심지어는 작심 일년까지 다 지내봤지만 그래도 이번 주 부터 또 다시 시작하는 것 또한, 운동 역시 첫날에 다섯시간을 억지로 뛰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별 거 아닌 이유로 좌절하고 재도전 하면서 점점 배워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해보고, 조금 더 해보고, 익숙해지고, 그러다 관두고, 그렇지만 부끄러워도 다시 시작하고, 좀 더 나아지고, 또 관두고. 그것을 반복하다 보니 이젠 저녁에 한시간 운동하는것이 그리 힘들지 않다. 하루에 내가 성취할 수 있는 미니 목표는 세개가 최대인 것도 알고, 얼만큼 하고 나서 쉬어야 하는지도 안다.

그리고 어제는 별 볼일 없이 보냈더라도 오늘 아침 또 다시 시작한다.
재도전을 완전히 포기한 순간이 진짜 실패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