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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문화삼매경

[영화/차우] 낙제에 가까운 CG이지만 즐겁다

차우
감독 신정원 (2009 / 한국)
출연 엄태웅, 정유미, 장항선, 윤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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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15분 거리인 서울극장에서 일하게 된 지니덕분에 최신 개봉작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스킨도 완성하지 않은 허접한 내 블로그의 첫 포스팅
'낭만자객', '시실리 2km' 로 관객들에게 독특한 웃음을 안겼던  
신정원 감독의 한국영화 '차우'다.


마침 내가 극장에 간 날은 차우의 개봉일이였기 때문에 평론가가 된 듯한 기분으로,
'그저 그럴것 같은 괴수영화' 라는 다소 비판적인 편견을 가지고 스크린을 마주했다.
영화의 리얼리티를 꽤나 중요시 하는 내가, 괴물 멧돼지새기가 나오는 영화를 극장에서 보게 되다니.
돈 내고 보는건 아니니 별 상관은 없었다만(..)


영화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영화 자체의 작품성이나 흥행요소가 많이 작용하겠지만,
관객의 심리 상태나 사상, 취향, 연령대에 따라서 평가 되기도 한다.
뭐, 차우에 대한 글을 이것 저것 보니 의외로 재밌었다는 평도 있고
저질 영화라는 평가도 있던데.. 이렇게 관객의 평이 극과 극인 이유는 뭘까.











1. 어찌보면 싸구려 저예산 영화?

차우의 CG는 영화 '투모로우' 를 담당했던 CG팀의 작업이라
더욱 기대하고 봤던 관객들도 많을것이다. 
하지만 왠 걸, 차우를 '투모로우' 같은 블록버스터급 헐리웃 영화로 생각했다거나 
한국 영화 '괴물' 같은 수준급의 CG로 뭉친 영화라고 기대했다면 그냥 쪽박차는거다.
차우의 주인공인 식인 멧돼지의 CG는 낙제점에 가깝다. 아, 그냥
정말 허접하다.
그냥 3D 흉내 내는 만화에 나오는 큰 멧돼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영화의 리얼리티도 문제 삼고 싶어진다.
이는 CG완성도와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멧돼지 차우는 인간들을 쫒는 과정에서
번번히 무력해지고 만다. 시속 84km, 몸무게 1500kg의 어마어마한 속력과 힘을 가진 차우는
주인공들을 무서운 속력으로 쫒다가 바로 코 앞에서 몇번이고 놓아주는(?) 착하고 고마운 실수를 반복한다.
감독이 차우의 주인공 모두를 살리는 해피엔딩을 위해 리얼리티 따위는 장렬히 희생시켰다고 해야할까;



2. 어찌보면 개성있고 특이한영화?

차우는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으로 과잉감동을 짜내려는 헛된 노력도 없고
억지로 애국심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뭐랄까, 있는 그대로. 깔끔하다.

주인공들이 차우를 추격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중간중간에 공포, 코미디, 또는 휴먼적 요소를
여기저기 적절히 배치해 둠으로써 러닝타임동안 영화속으로 몰입하도록 만든다.
한 영화에 여러 장르를 섞어놓으면 대개 완성도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참 잘도 조합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장르를 보면 '스릴러' 라고 되어있더라. 무시무시하거나 어두침침한 분위기도 아니고,
그다지 공포스럽지도 않는데 어째서 '스릴러' 인가.
손에 땀을 쥘 만큼의 스릴은 아니였지만, 사건 전개가 빨라서인지
으슥한 밤에 혼자 걷고 있는 듯한
긴장감은 러닝타임 내내 지속되는 걸 느꼈다.
이햐, 이래서 장르가 스릴러인거니 썰마? (..)


'차우'에는 신랄한 유머가 있다. 긴박한 등장인물들은 군데군데 예상치 못한 유머를 던진다.
남의 담배를 자꾸만 슬쩍하는 형사의 귀여운 도벽이라던지, 
아무데서나 튀어나오는 오싹한 덕구엄마 (참고로 이 귀신같은 아줌마가 차우보다 더 무섭다),
마지막 새끼돼지의 복수를 암시하는 클로즈업컷은
시실리 2km를 떠올리게 한다. 정말 골 때린다 (표현해야겠다.)







글쎄, 내 눈으로 본 차우를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괴수 영화에 대한 기대만 하지 않고 본다면 딱 한번쯤은 볼 만한 유쾌한 영화(....) 표현해 주고싶다.
비록 CG면에서 말할 수 없을정도로 아쉽긴 하지만,

차우를 보니 한국영화의 CG가 굉장히 많이 성장했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무한하다는 생각이 든다. 헐리웃의 몇천억원을 들인 CG와 비교한다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영상이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영화들이 계속 나와줘야
앞으로 발전 하는것 아닌가? 게다가 한국에서 털 있는 동물의 CG는
(거의 최초 시도됐을정도로) 헐리웃도 힘들어 하는 부분이라고 하니,
비록 기대했던 수준에는 당연히 못미쳤지만 (사실 기대도 안했음)

감독이 끝까지 포기 하지 않고  엄청나게 공을 들였다는 느낌은 충분히 와닿았다.
-는 점에서만큼은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