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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문화삼매경

[연극/선돌극장] '예기치 않은' 사랑, 낭만, 그리고 당신.


 

 

 

 

  

비행기 티켓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연극 티켓이 독특하다.

 

 

 

 

 

 

 

 여행이 절실했던 적이 있었다.
 자주 걷지 않는 낯선 길을 걷는다는것 자체가 여행인데 여행이 뭐 별거인가 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그럴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행자의 본분이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얻고
 또 다른 나 자신과 만나기? 속박하고 있던것들에게서 분리되어 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기?
 이 세상을 떠난 가장 친한 친구 때문인지,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인지
 마음의 동요를 겪은 여주인공 수정은 혼자 배낭을 짊어지고 베트남 여행을 시작한다.
 

 한손에 지도를 들고 낯선 하노이의 거리에서, 쉬운길을 일부러 돌아가기도 하고
 도중에 만나는 가게에 한눈을 팔기도 한다.
 스페인 청년 라울과 우연히 마주쳐 예기치 않게 하룻동안의 여행일정을 함께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언어로 표현하는 둘의 대화는 이어지고 끊어진다.
 어디까지 제대로 이해한것이고 어디까지를 오해한것인지도 모른채
 둘은 서로를 탐색한다. 그러나 다 알 수 없다. 마음은 달라지고 엇갈린다.
 위도와 경도가 다르면 가로수가 다르고 하늘빛도 다르고,
 그런 곳에서 자신마저도 달라지는것이 여행지인 것이다.

 수정은 아오자이를 입고 과일을 파는 소녀와 옷을 바꿔입기도 하고,
 죽은 친구 대신 해 산 아오자이가 뜯어지도록 내버려둔 무책임한
 호텔 직원과 소리를 지르며 싸우기도 한다.
 화내고 싶을때도, 울고 싶을때도 '살아남기 위해 낯선곳에서 웃었던' 수정은,
여행하는 과정에서 점점 껍질을 벗고 진실한 감정을 드러낸다.

여행의 낭만과 긴장을 절묘하게 조합한 극은 감성을 자극한다.
 주인공이 낯선 거리에서 길을 해맬 때, 사랑의 낭만에 빠졌을 때,
 문득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닥들일때, 미련을 남기지 않는 척 자신을 무장할때
 그녀의 여행에서, 인생 그 자체를 느낀다.
여행과 삶은 닮아 있기 때문이다.
 삶과 여행을 통해 그녀의 상처는 곧 아물것이다. 아마도.